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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김유섭

이묘숙의 미술 뒷담화 11. 김유섭 빛을 색칠하는 회화의 정원사 | 미술 뒷담화

by 추산봉 2014. 5. 12.

http://blog.daum.net/queenl/11530922

 

화면 깊숙이 담아낸 빛의 향연

겹겹이 쌓이는 천국의 조각들

 

  

< a piece of Paradise III> (2012)

 

추상화라 부르는 미술작품은 사물을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점색채에 의한 표현을 목표로 한 그림이다. 그러나 작품이 명료하고 정확한 형태가 아니라서 일반인들에게는 조금은 다가가기가 쉽지 않기도 한다. 사람들은 미술 작품을 대할 때 익숙하지 않거나 확실한 대상물의 모습이 아니면 미술은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추상의 작품도 이해를 하고 바라보게 되면 상당한 매력이 있다. 더러는 비구상이라고도 부르는 추상회화에 있어 빛의 회화를 선보이는 화가 김유섭의 작품은 새롭게 추상미술을 맛볼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주고 있다.

 

   <A piece of Paradise> (2012)

 

캔버스에 겹쳐진 색상이 유리알처럼 맑은 빛깔을 띠고 있다. 켜켜이 내려 쌓인 색들은 깊이 있고 반짝이는 유약처럼 투명함과 영롱함이 오묘하게 어울려져 빛나고 있다. 그림이 빛을 품어 내고 있는 듯이 깨끗한 색감이 다채롭다. 작품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마친 천국의 일부분을 떼어낸 색 조각처럼 맑은 빛깔이다.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화려한 색상이 화폭을 가득채운 색들의 어울림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이다. 작가는 일정한 형상도 없이 단지 색채들로 이루어진 그림을 그려 보는 이들에게 무한한 상상의 시간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작품이 어떤 형태조차 알아 볼 수 없게 표현한 것을 추상미술, 비구상 미술이라고 한다. 비구상미술이란 자연물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미술인 추상미술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추상은 기존의 미술이 갖는 재현적인 요소로부터 탈피하여 작가의 의도와 생각이 작용하여 작품을 만든다.

우리에게 익숙한 초상화나 정물화 등 형상을 알아 볼 수 있는 사람이나 동물, 물건 등을 나타내는 그림과 조각을 있는 모습 그대로 나타낸다 하여 재현미술이라 하고 전문적으로 구상미술이라도 한다. 여기에 반대되는 미술이 추상미술이다. 추상미술은 눈에 보이는 현실의 사물을 나타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형태, 색채, 질감, 화면의 크기 등 추상적인 요소를 만드는 미술로 내용을 설명하기보다는 형식의 자유로운 추구에 중점을 둔다.

추상미술은 작가가 처음부터 대상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신의 내면세계 느낌이나 감흥을 표현한 '비대상미술(非對象美術: 대상물이 없는 미술)'과 사물을 의도적으로 왜곡하거나 형태를 새롭게 창작재구성하여 표현한 '비구상미술(非具象美術)' 그리고 구상화와 추상화의 중간 성격의 '반추상미술(半抽象美術)'을 통틀어 말한다.

 

미술가 김유섭은 추상화를 그리는 화가이다.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화면 속에 나타나게 하기 위해 많은 생각과 시간을 집중 시킨다. 무수한 상상과 깊은 생각을 더 하여 진행하는 작업은 그래서 매 단계 단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장시간의 강한 고행의 시간이기도 한다. 그의 완벽주의는 <For R>이라는 작품의 경우 17년 동안 손질을 더 하여 작업을 마감했을 정도였다.

김유섭 작가는 호기심이 많다. 모르는 것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매사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새로움에 대한 두려움도 없다. 1980년대 조대 방송국 PD 활동을 했으며 교내 무선국을 만드는 등 새로운 세상에 대한 거침없는 행보를 해 나갔다. 미지와의 조우를 꿈꾸며 상호 교신과 세상과 교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 성향이 미술공부에 대한 갈망과 학구적 궁금증을 더하여 유학을 결정하게 한다. 독일로 유학을 결정함에 있어도 자신만의 독특한 접근법이 작용한다. 당시의 미술 유학은 미술 아카데미의 프랑스나 현대 미술의 메카 미국으로 가는 것이 보편적인 행보였다. 그러나 작가는 학창시절 철학 개론을 접하며 철학자들과 클래식 음악가들이 대부분 독일 출신이라는 사실에 뮌헨으로의 목적지를 선택했다. 철학적 기반이 있는 나라에서 예술에 대한 이론적인 기반을 얻고자 나선 독일행이였다.

독일에 도착 후 작가는 문화적 충격에 빠진다. 대학에서의 구성위주의 작업을 진행했던 그가 여러 가지 문제를 깨닫고 충격에서 빠져나오기까지 2년의 시간이 걸렸다. 또한 뮌헨에서 요셉 보이스, 안셀름 키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전후 현대 미술 40년사 전시나 84년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오웰등 현대미술에 대한 커다란 충격이 증폭되어 다가왔다.

1980년대 중반부터 힘을 키워나가던 미디어 아트가 1990년대는 회화의 영역까지 점령 하였다. 마치 고속도로처럼 빠른 질주를 해 나가는 비디오 아트나 다양한 설치 미술들 속에서 평면미술의 가능성은 동구의 미술에서나 찾아 볼 수 있었다. 당시 동독에서 다룬 테마는 사회적 사실주의로 극단적 묘사가 뛰어난 심각한 평면작품들이었다. 동서독 문화교류를 서독작가들이 반대하던 전투 같던 상황일 만큼 강렬했다. 그러나 통독 후 동독작품이 마치 휘발되듯 그 힘을 잃어갔고 평면회화도 약해져갔다.

전달성과 파급력이 강렬한 미디어와 동영상을 주로 접하게 되는 시대로 들어서던 1990년대 백남준 특별전에서 작가는 평면에 주력하게 된 결정적인 동기를 얻게 된다. 백남준의 전시장 한 켠 작품 뒷면에 써 있던 메시지 스위치를 내리지 마시요 백남준 백에서 작품의 영속성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미디어는 또 다른 절대적인 지원이 없이는 예술 작품으로 존속이 모호해 지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새로운 기법의 설치 미술이나 개념 미술보다도 안정적이고 오랜 보존이 가능한 회화로 회귀하여 자신의 작업을 결정하게 되었다.

 

작가의 초기 회화는 검은 그림으로 알려진 흑백 회화 작업이었다. 자신에게 정신의 지우개라 할 수 있는 검정색을 이용해 화면을 채워 나갔다. 검정색의 끊임없는 채움의 과정은 결국 불필요한 형태나 습관을 제거하는비움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정신노동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왔다. 검정세계는 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하나의 실험으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작업이었다. 그가 찾은 회화의 끝으로부터 새로운 시작은 태초의 시작인 질흙 같은 어둠으로 혼돈과 깊은 심연 바로 암흑이었다. 빛조차 생기기 이전 결국 바로태초의 회화인 것이다.

작가의 첫 전시 타이틀은 회화의 정원이였다. 지워가는 과정인 드로잉 즉 극단적인 드로잉의 작업은 화면의 색들조차 검증을 거치는 회화의 가능성에 대한 실험이었다. 터질 듯한 무한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검은 빛깔 안에는 그래서 빛이 난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적인 요소는 빛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색도 빛에서 부터의 차이가 중요하다.

20세기 21세기는 평면회화에서 빛의 재현이 대상의 재현보다 강하게 작용한다. 빛에 집착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이나 빛을 위해 색을 실험했던 말레비치 등 화면에서의 빛의 작용에 주목하게 되었다. 빛의 마법사 렘브란트는 화면 기법으로 빛의 반사를 이용한 빛의 연출을 고민했다면 김 작가는 빛을 작품 속에 깊숙이 머무르게 하고 싶었다.

 

김유섭 작가는 요즘 흑백 위주의 작품에서 다양한 칼라를 사용한 새로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화면에서 빛이 재해석이 될 수 있는 <에너지 필드(energy field)>의 시리즈를 시작으로 현재는 <어 피스 어브 파라다이스(A piece of Paradise)>시리즈에 몰두 하고 있다. 작품들은 빛을 담고 있는 검정이나 깊이 있고 맑은 노랑, 빨강들이 화면 가득하게 발광하고 있다. 화면 깊숙히 빛이 들어가 하나의 보석처럼 빛과 색이 화면에 어울러져서 빛을 품고 있는 그림들이다. 결국은 빛의 입자가 색의 입자에 갇혀 유리처럼 맑고 색감이 다양하게 표현 되고 있다.

 

시리즈 작품은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더 신경이 쓰인다. 이번 작품들은 수중 작업으로 작업을 욕조 안에서 한다. 물감의 건조와 흐름 그리고 투명성 등 집중적인 관리와 신중한 작업만이 작품을 만들어 갈 수 있다. 11번에서 12번씩 처리가 이루어지는 고된 중노동과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 한다.

진행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하여 신속하게 건조가 될 수 있게 아크릴을 선택 하였다. 모든 안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며 처음부터 의도된 색 조합으로 투명한색이 덧입혀 적절한 건조와 중첩으로 색의 덧칠이 빛을 쌓아간다. 색이 흐르면서 연해지면서 의도했던 색감이 드러날 때 까지 작업에 작업을 거듭한다. 색의 합체와 대비를 원하는 색이 보일 때 까지 빛이 화면 깊숙이 들어가 빛이 색을 발하길 바란다.

순수한 회화의 모든 기술을 동원하여 작품 안에서 순수정신과 맑은 영혼이 깃들기를 원하는 김유섭 작가는 그래서 더 소통의 문제가 어려운 문제로 남는다고 한다. 작품 제목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화가로서 세상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그는 회화 안에서 자유로움과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렇듯이 또 하나의 새로운 미술 세계는 작가의 시야와 시선 그리고 생각이 함께일 때 더욱 값지게 다가 올 것이다.

< a piece of Paradise III> (2012)

<energy field II> (2011)

 

현대의 미술세계는 간혹은 눈에 낯설고 어렵게 펼쳐진 추상작품들이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와 시각을 이해하고 자신만의 느낌을 받아들인다면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술의 본질인 창의성을 담아낸 작품들안에서 시대를 앞서가고자 고민하는 예술가의 고뇌를 읽어 볼 수도 있다. 끊임없이 멈추지 않고 자신의 세계를 지향하고 새로운 작업을 창조하며 날마다 진화하는 김유섭의 작업은 보는 자체만으로도 넉넉한 만족감을 준다. 그는 미술계에서나 애호가들에게 인기와 관심을 많이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것은 그가 결코 멈춰있는 예술이 아닌 언제나 진행형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김유섭  金宥燮

 

 

1979-83: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1986-95: 독일 베르린 국립예술종합대학교 조형예술 및 예술학대학원(Hdk)졸업

     (Meisterschueler, Klasse: 볼프강 페트릭, 짐 다인 )

1991: 독일 베르린 미술대학(KHB, 구동베르린) 판화 및 드로잉과 수료

2001-2003: 조선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과정수료

2007: 서울, 베를린 거주,

베를린국립예술대학교(Udk) Gastprofessor of Painting

 

 

개인전 23

1987  Ich, KimYusob (,김유섭)-소묘와종이작업전, 랑그비치전시관, 베를린

1994  schwartz Malerei- Anfang der Ende der Malerei

       (검은그림-회화의 끝으로부터 시작) 국립베를린예술대학 신미술관, 베를린

 

2010  “Mountain Paradise”, Zyklus, Galerie CAS, Salzburg, 오스트리아

        "Openart/ Pieces of Paradise", Galerie Helmut Leger, 뮌헨, 독일

2011  “Gebanntes Licht", 마이클슐츠 갤러리, 베를린,

        “floating view”, 마이클슐츠 갤러리, 서울

2012  "Energy Field", Gallery s.e, 베르겐, 노르웨이

       "Mountain Paradise Zyklus", Galerie CAS, 살츠브르크, 오스트리아

       "Energy Development", Kunsthalle, 로스톡, 독일

       "Black painting-the spirit of Abstract", 누리갤러리,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 일산

       "spirit- pure", 갤러리 가회동60, 서울

 

그 외 다수의 단체전

 

 수상

1979-1982 성옥문화재단 미술분야

1989-1992 KAAD외국학술교류처 조형예술분야 연구기금 (, 독일 )

주제: 새로운 회화를 위한 준비- 드로잉에서 비디오까지

 

제작

지시와 미술- 동독미술과 통독후 동,서독 작가문제(비디오 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