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서둘러야 건설경쟁력 높아진다
최용철 조달청 시설기획과장
IT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정보의 생산과 가공, 유통 방법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건설 분야도 다르지 않다.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으로 대표되는 건설 종합 통합 기술이 확산되고 있다.
BIM 기술은 시설물의 모든 정보를 가상 공간에 있는 그대로 3차원으로 모델링 한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건물을 짓고 사용, 관리하며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를 모델에 통합하는 기술이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슈트를 설계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쉽다. 시설물을 단면 단위로 쪼개어 이 단면들을 중심으로 시설물을 표현하는 기존 2차원 CAD 기반 건설정보 표현 방식과는 차이가 크다.
BIM 방식의 최대 장점은 바로 건설 생산성 향상이다. BIM을 적용하면 설계 단계에서는 건축, 전기, 설비 등 여러 분야 기술자들의 작업 결과를 시각적으로 중첩해 볼 수 있다. 설계 오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고, 설계 초기 단계에서 다양한 대안들을 짧은 시간에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시공 단계에서는 시공 순서, 작업 가능성 등을 미리 검토하고 3차원 좌표를 이용해 자재를 정확히 제작할 수 있게 되어 시공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된다. 근래 건축물의 외형이 사각 기둥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아름답게 변하는 흐름에서 BIM 기술의 필요성은 더욱 높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타 산업분야 생산성이 1960년대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아졌지만 건설분야의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한다. 그래서 선진국들도 건설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로 BIM 기술 채용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국 연방조달청(GSA), 핀란드 공공부동산공사(Senate Properties), 싱가포르 건설청(BCA) 등이 설계도서 작성에 BIM 기술 적용을 요구하고 있다. BIM의 확산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다소 늦은 편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 및 설계사가 해외 수주를 위해 BIM 기술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공공분야에서도 지난 2009년 국토해양부가 ‘건축분야 BIM 적용 가이드’를 발표한 후 개별 발주기관들이 적용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조달청도 올해부터 맞춤형 서비스로 집행하는 500억 원 이상 턴키공사와 설계공모에 BIM 기반 설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오는 2016년부터는 맞춤형 서비스로 집행하는 모든 공사에 적용할 계획이다. 다른 공공발주기관들도 BIM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학자들은 BIM이 단순히 건설정보 표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건설 생산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 발주자와 업계 모두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그런 만큼 BIM 방식이 성공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발주자와 건설업계의 공동 노력이 중요하다.
우선 발주기관은 BIM 데이터를 어떻게 납품받고 검수할 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기준은 업계의 적응 속도와 발주자의 활용 목적에 맞추어 단계적으로 높여나가야 한다. 조달청은 기초적인 데이터 작성 방법 정도를 제시하고 있고 올해에 개산견적에 활용할 수 있는 작성 기준을 추가로 제시하려 한다. 향후 공사 예정가격 산정, 모의 시공, 에너지 분석, LCC 분석 등이 가능한 수준으로 발주지침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더해 발주기관이 BIM에 기반한 사업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설계관리, 시공관리,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주자와 건설 참여자 간의 의사소통 도구로 BIM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면 BIM이 단순히 설계서를 납품하는 도구에 그치게 될 것이다. 조달청도 설계관리, 시공관리 기법을 재검토, BIM 도입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 절차들을 고심하고 있다.
조달청이 지난해 설계업체를 대상으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계 부서에서 BIM을 수행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3%인 반면, BIM 전담 조직을 운영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46%라고 한다. BIM이 기존 설계 프로세스 이외의 별도 절차로 수행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BIM 모델링만을 하도급하는 형태도 존재한다. 도입 초기 단계에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이다.
건설업계가 하루 빨리 BIM 중심으로 업무절차를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업계에는 부담일 수 있다. 대형 설계업체의 협력사로 일하고 있는 소규모 사무소들(설계업계의 90% 이상을 차지한다)에게는 더 할 것이다. 그래서 발주기관들이 BIM 적용에 따른 대가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 조달청도 업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설계용역 발주시 한시적으로 적용할 대가 기준을 검토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건설과정에 사용되는 주요 자재의 라이브러리를 발주자와 업계가 공동으로 마련해야 한다. 라이브러리를 개별 설계업체가 각자 만들어 사용하는 것은 낭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공공공사에 필연적으로 사용되는 분리발주 대상 자재, 조달우수제품 등의 라이브러리는 조달청과 설계업계, 제조업체의 상호 협력을 통해 제작?배포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한 건설사가 BIM 도입 이후 이전 같으면 참여조차 어려웠던 해외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고 한다. BIM이 건설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 동안 우리 건설업계의 엔지니어링 능력과 시공능력이 세계 수준에 비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요즘 같은 건설 전환기에 발 빠른 대응은 우리 건설사와 설계사들이 세계 유수의 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힘을 축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BIM 도입과 확산은 늦출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빠를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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