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선 개통일 ‘9월 18일’은 역사 속으로 … 기념일 정치적(?) 대립도
-철도계 “이념 논쟁 보단 역사 기록 찾기 … 발전위한 순전한 시각 필요”
철도의 날 기념일이 오는 28일 그동안의 세월을 넘어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며 법정기념일을 지키게 됐지만 작은 진통을 겪으며 재지정 받았음에도 풀어야 할 숙제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철도의 날’은 노량진~제물포간 경인선의 개통일인 1899년 9월 18일을 철도 기념일로 삼아 행사를 진행해왔다.
'철도의 날‘은 1937년 일제에 의해 처음으로 기념일로 지정됐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 정부 시절 1964년 11월 ’철도의 날에 관한 규정‘ (대통령령 제1992호)에 따라 기념일로 공식 제정했으며, 1973년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에 의거 정부주관 법정기념일로 등록됐다.
‘9월 18일 철도의 날’이 역사속의 기록으로만 남게 된 원인은 일제통치의 슬픈 잔재라는 논리가 핵심이다. 경인선의 개통은 우리나라 철도운행의 시작으로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사실이나, 일제자본에 의해 국민의 노동력을 수탈당한 역사의 안타까운 잔재라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899년 경인선 개통이전부터 근대국가로 발전하기 위한 철도의 중요성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의미 있는 역사적 사건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철도노선의 개통일을 ‘철도의 날’로 지정하는 것은 스스로 역사를 후퇴시키는 일로서 ‘철도의 날’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이는 지난 2016년 10월 31일, 조정식 의원(前 국토교통위원장)을 비롯한 26인의 국회의원들이 뜻을 모은 ‘철도의 날 개정촉구 결의안’이 공식 채택한 내용에 잘 나타나있다.
‘철도의 날’ 개정 촉구 결의안에서는 “역사적으로 경인선은 ‘일제 자본에 의한 한반도 침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일제 강점기 잔재임은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미 우리나라는 경인선 개통이전인 1894년 6월 28일, 오늘날의 국토부 전신에 해당하는 공무아문(工務衙門)을 설치하고 그 산하에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기관인 철도국(鐵道局)을 창설했다고” 밝혔다.
▲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에서 아뢰기를 .. 고종실록 31권, 고종 31년 6월 28일 계유 4번째기사 © 매일건설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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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가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우리나라 철도의 진정한 역사를 되새길 수 있는 기념일을 찾아 ‘철도의 날’을 새롭게 지정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이 결의안을 제출한다고 제안이유를 전했다.
이 결의안은 지난달 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철도의 날을 바꾸는 내용의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이 의결됐다.
철도 역사(歷史) 의 발견
고종31년, 근대국가로의 도약 배경이 됐던 ‘갑오개혁’은 1894년 의정부 산하의 기존 6조(六曹)의 중앙관제를 8아문(八衙門)으로 개편했고, 8아문에는 현재의 국토부와 같은 공무아문(工務衙門)이 설치됐었다.
공무아문이란 조선 말기 갑오경장 때 국내 일체의 공작·교통·체신·건축·광산 등의 사무를 관장했던 중앙관청을 말한다.
▲ 공무아문 철도국 설치 설명 © 매일건설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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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료에 따르면 철도국(鐵道局)에서는 도로를 측량해 철도 가설에 대처하는 등의 일을 맡아본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1894년 6월 28일, 중앙관제 개편에 따라 공무아문 산하에 철도업무를 전담하는 철도국(鐵道局)이 신설됐으며, 이는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기관이 됐다.
기존 ‘9월 18일 철도의 날’은 일제 강점기 시절 철도종사원의 기강해이를 막고, 전쟁 중에 시국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해 일제가 인천~노량진간 개통일을 철도의 날로 지정하고, 신사참배를 행한 날이기도 하다.
이는 전 손길신 철도교통문화협회 명예회장(前 철도박물관장)이 저술한 ‘기찻길’내용 중 67. 철도의 날 유감(有感)에서 살펴볼 수 있다.
1986년 9월18일 발행된 ‘조선교통사’ p219 ‘철도국기념일の제정’에 의하면 1937년 이후 시국이 중차대하게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철도의 사명은 막중하며 종사원의 기강해이는 잠시도 용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종사원의 정신무장은 막중하며 시국의 급변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철도국기념일’의 제정은 조선철도 창설의 뜻을 명백히 하고 사명달성을 위하여 1899년 9월18일 경인철도회사가 인천~노량진간 조선 최초의 철도운영을 개시한 날인 9월18일을 철도국기념일로 정한다.
이날은 경성지방에 있는 철도국 본국과 건설, 개량 각 사무소의 전 직원, 공장, 역, 사무소, 호텔, 식당의 대표가 열을 지어 조선신궁에 참배를 하고, 지방에 소재한 철도, 건설, 개량각사무소, 공장, 역, 사무소가 다 함께 각 소재지의 신사에 참배하는 행사를 함으로서 철도정신의 앙양에 노력 한다”고 하여 철도직원의 정신무장을 위하여 철도창설 기념일을 ‘철도국기념일’로 정했다.
아울러 동아일보 1938년 1월 19일자 기사를 통해서도 기존 철도의 날 역사적 배경을 엿볼 수 있다.
'철도국에서는 작년 9월 18일을 철도 기념일로 하고 국기(局旗)를 제정, 철도보국에 매진하기로 했는데, 다시 매월 18일을 철도 애국일로 하고 통상의 달은 대표자가 조선신궁에 참배하기로 했다'.
▲ 동아일보 1938년 1월 19일자 기사 ©매일건설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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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에 따르면 이날 국장과 각 과장, 모든 국원 약 5천 명은 신궁에 참배해 황군(皇軍)의 무운장구(武運長久)를 기원하고, 황국신민 서사 제창과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했다고 한다
‘철도의 날’ 재지정 이견과 정치적(?) 대립도
‘철도의 날’이 6월 28일로 의결됐다는 소식에 곧바로 이전에 있었던 철도 원로들의 지나간 반발과는 다른 구체적 주장이 나왔다.
코레일의 사장도 역임했던 현 야당의원의 주장은 "철도의 날 변경 개정안 의결은 119년 한국철도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며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의결 직후인 9일 곧바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당시는 음력이 기준이라 철도국 창설일인 6월 28일은 요즘 기념일을 산정하는 양력 기준이면 7월 30일이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명에서 "경인선이 일제의 한반도 침탈용이기 때문에 청산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고 나온 것인데 이런 논리는 법원, 학교 할 것 없이 일제 강점기에 생긴 거라면 한반도 지배용이니 다 없애야 한다는 말이다“고 강조했다.
또 ”6월 28일은 6.25전쟁 때 북한 인민군의 한강이남 진격을 막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한강철교를 끊어 수많은 피난민의 목숨을 잃게 만든 '철도비극의 날'이다“며 ”세계 모든 나라가 기념일을 정함에 있어 정치, 권력 이념 등을 벗어나 이런 물리적 사실을 기준으로 삼는다“고 전했다.
철도 역사(歷史) 검증 속에 신중히 … 정확한 표준 역사집필 나와야
본지 취재 중 ‘철도의 날’이 최근 재지정 됐으나 관계기관에 의견을 제출했던 철도인들 외에는 새로운 6월 28일의 배경이나 이유를 철도계 전반적으로 알려지지 않거나 인지가 덜 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널리 퍼져 있는 경인선 개통 기념사진이나, 모 의원 주장으로 확산 된 한강철교 폭파로 인한 끊어졌다는 사실들은 모두 오류가 있었다. 게다가 코레일의 새로운 철도의 날 기념 음악회 보도자료는 “1894년 6월 28일 대한제국 철도국 창설일을 새롭게 ‘철도의 날’로 지정한 것을 국민들께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는 틀린내용이 배포되기도 했다.
하지만 많이 알려진 경인선 개통기념 사진은 1898년 6월 MOGUL-TANK형 증기기관차 조립에 성공한 기념 촬영 사진이며 1950년 6월 28일 폭파로 끊어진 것은 한강철교가 아닌 한강인도교였다.
▲ 많이 알려진 경인선 개통기념 사진은 사실 1898년 6월 MOGUL-TANK형 증기기관차 조립에 성공한 기념 촬영 사진이다. ©매일건설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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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철교는 제대로 폭파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미군 폭격기의 폭파 시도까지도 견디어 7월 중순께에서나 끊어졌다. 또, 한번만 짚어보면 금방 알 수 있듯이 1894년 6월 28일은 대한제국이 아니라 조선 말 갑오개혁 시기다. 이밖에 양력 7월로 일자를 정하지 않은 것에는 아쉬움들이 많다.
한편 철도계의 일각에서는 철도의 날이 바뀐 건 수용하겠지만, 무엇을 기념하는 것이냐. 즉 조직의 최초 기념일인가 아니면 철도가 상업운영을 시작하면서 이를 기념하는 개통일 인가에는 여러 물음이 생길 수 있다고 전하며, 국내 철도 최초 경인선을 개통한 날 9월 18일은 법정기념일이 아니라도 좋으니 철도인들이 이를 기념하게 해주길 소망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