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 가속도가 붙는지 신기술은 쉴 새 없이 등장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은 다각도로 변하고 있다. 휴대폰이 1983년에 최초로 등장한 이후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고 이제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낼 뿐만이 아니라 지도를 찾아보고 은행 업무를 본다. 기술의 발전은 비단 개인 삶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건축이라는 전문 영역을 살펴보면, 손으로 도면을 그리던 시대에서 CAD가 도입되면서 많은 변화를 야기했다. 이제는 건축사사무소에서 직원 개개인이 컴퓨터 한 대씩을 가지고 일하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때마다 회의론이 일기도 하지만 기술은 우리의 삶을 결국은 바꿔놓고야 만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을 접하는 건축계의 반응은 어떤가? CAD가 등장했을 때도 「SPACE(공간)」 1990년 7월호에서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거나 외면하는 태도를 경계하고 있다. 요즘 건축업에 나타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설정보모델링)도 마찬가지다. 공공건축물을 시작으로 그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지만 건축계의 대응은 부진하다. LH공사가 2008년 파주 운정지구 공사에 BIM 발주 현상설계를 도입하며 그 문을 열었고 얼마 전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가 완성되며 비정형 건축물의 구현이 주요한 이슈가 됐다. 하지만 실제 BIM을 사용해본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성급한 도입으로 인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고 여전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축사사무소도 많다. 이제는 기술을 대하는 건축계의 자세를 바로잡을 때이다. 피할 수 없는 기술 발전을 꿈같이 여길 것이 아니라 현실을 마주하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시각과 마땅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에 본지는 건축계가 당면한 BIM의 현주소를 짚고 우리가 개선하고 대응해 나가야 할 부분을 말하고자 한다.
취재 박계현 | 자료제공 조달청, 빌딩스마트협회, 버츄얼빌더스(별도표기 외)
국내 BIM의 현주소
「SPACE(공간)」 549호(2013년 8월호)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 기획기사가 게재됐었다. 그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비정형 건축물의 형태와 그 구현 방법이었다. 유체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형태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에서 프로그램 ‘라이노’와 ‘카티아’를 사용해 만들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구현해 내기에는 시공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비정형 형태의 외부 패널 제작과 건물의 정확한 곡면 형태 파악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0년에 BIM을 도입해 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원의 CAD 프로그램으로는 레벨별 도면을 그리기 쉽지 않지만 BIM을 도입하면서는 시공상세도와 외장 패널 도면 등을 정확히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DDP완공을 앞둔 2013년 8월, 에디 캔(자하 하디드 아키텍츠의 프로젝트 건축가)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BIM을 사이에 둔 정부 정책의 불합리성을 꼬집었다. “한국은 허가시 2D 도면만을 인정하기 때문에 BIM 파일을 법적인 증빙 자료로 제출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는 곳이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뿐만이 아니었다. 공공 발주 BIM 프로젝트를 진행해본 국내 설계사무실에서는 “공공기관이 BIM으로 설계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 담당관들이 CAD파일을 추가로 요구하고, 3D 모델 이미지를 프린트해서 가지고 오라고 한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공공 발주 BIM 프로젝트의 수만 늘어나고 있다. 그 시작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2008년 국내 최초로 현상설계에 BIM을 적용한 LH공사 파주 운정지구(삼우ㆍ토문건축 컨소시엄)와 2010년에 조달청이 처음으로 발주한 턴키 프로젝트인 용인 시민체육공원(RP건축사사무소)이 있다. 그 후 2013년까지 조달청이 ‘맞춤형 서비스’의 일환으로 발주한 프로젝트는 2010년 1건을 시작으로 2011년 4건, 2012년 5건 등으로 늘어가는 추세다(Table 1). 그리고 2012년까지 조달청이 관리하는 500억 원 이상 건축물에 한해 BIM 도입을 의무화하고 2016년까지 모든 건축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Table 2). 하지만 현재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BIM을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변한 상황이다. LH와 조달청이 발주한 BIM 프로젝트에 4차례 참여했던 강호중(ABim 건축연구소 대표)은 “초창기에는 건축주와 정부가 가진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정책이나 설계업무 프로세스가 변하지 않은 채 몇 년이 지나면서 BIM에 대한 회의가 깊어졌다”며 “지금은 시장 자체가 침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이해와 정책의 변화 없이 BIM 도입을 장려했던 것이 오히려 걸림돌이 된 것이다.
건축사사무소가 직면한 문제
허가상의 문제 외에도 건축사사무소가 직면한 문제는 다양하다. 가장 큰 문제는 늘어나는 초기 투자비용이다. 국토부와 조달청의 정책이 발표된 이후 건축사사무소들은 BIM을 도입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상황이 순탄치 않다. 가뜩이나 어려운 건축 경기 속에서 건축사사무소의 부담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BIM 교육, 소프트웨어 구입, 알맞은 컴퓨터 사양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어서 초기 투자비용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그나마 자금이 넉넉한 대규모 건축사사무소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BIM팀을 가지거나 BIM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조달청이 조사한 ‘BIM 적용을 위한 투자비용’은 소프트웨어 구매비용 1팩당 1,000만 원, 직원 1인 1시간당 재교육 비용 1,800원을 합하면 총 1,720만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그렇지 않아도 CAD, Photoshop 등의 프로그램을 구입해 사용했고 그간 Sketch-up, 3d-MAX와 같은 3D 모델링 프로그램도 도입한 상황에서 추가해야 할 프로그램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CAD로 널리 알려진 오토데스크사의 국내 점유율이 높은 편인데 그 회사의 프로그램인 Revit BIM 프로그램까지 국내외에서 널리 쓰이고 있어 프로그램의 가격이나 선호도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 있다(Fig. 1) 몇 가지 BIM 소프트웨어에 대한 국내 관심도도 Revit BIM이 현저히 높은 편이며(Fig. 2) 오토데스크코리아도 그간 CAD를 통해 구축한 채널망과 판매권으로 점유율 1위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10년 국내 BIM 소프트웨어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BIM 소프트웨어 판매량이 AutoCAD와 비슷해지고 있으며 Revit BIM과 ArchiCAD판매량을 합치면 국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Fig. 3). 또한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생존은 더욱 어렵게 됐다. 빌딩스마트협회가 매년 실시하는 BIM 적용실적 발표를 살펴보면 2009년 1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누적된 실적 순위(계약 용역 순위)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범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정림건축사사무소가 1~5위를 차지하고 있다(Table 3). 가뜩이나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대부분 대규모 건축물인 공공 발주 프로젝트에 참가하기가 힘든 실정인데, BIM까지 적용해야 하니 참여할 수 있는 일이 더욱 줄어들고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업역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BIM의 업무 효율성에 있다. BIM 도입으로 한국의 59%가 플러스의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자본수익률)를 냈다는 결과(맥그로힐 보고서 ‘한국에서의 BIM의 비즈니스 가치’, 2012)가 발표되었지만 실제로 들리는 이야기는 달라 보인다. 2012년 조달청 BIM 사업 수행업체 5개 건축사사무소에 따르면(‘BIM 성과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마련 및 세부관리지침 개발’, 2012), 시각화ㆍ간섭체크ㆍ도서추출에 주로 활용되며 경제적인 성과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교육으로 인한 업무공백이 발생한다’, ‘업무 절차 및 역할이 혼란스럽다’, ‘데이터의 표준 기준이 없어 협업이 어렵다’ 등이 지적됐다. 실제로 간삼건축(이하 간삼)은 기본교육 5일, 심화교육 5일을 진행 중이며 현대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현종)는 별도의 교육장을 마련해 수시로 교육하는 등 시간과 경비를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설계과정은 주로 CAD 과업에 따라 진행되면서 직원들은 증가된 업무와 줄어든 업무 속에서 마감에 대한 시간적 압박을 느낀다. 결과적으로 많은 설계사무실에서는 설계 및 도면 작업은 CAD로, BIM 프로그램으로는 모델링만 하거나 외주를 주는 업무 방식이 주를 이룬다. 조달청 BIM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회사조차 자체 수행능력 평균도 53%에 머물고 있으며 CAD 위주로 작업한 프로젝트도 32%에 이른다. 실적 순위를 살펴보면 전체 업무상 BIM 업무의 비중을 추측할 수 있다. 빌딩스마트협회에서 매년 공개하는 국내 BIM 적용실적 신청시에는 업체를 건축사사무소와 BIM 전문업체로 나누어 순위를 집계하며 그 기준은 설계업무와 BIM 업무의 비중에 따른다. 이처럼 여전히 건축사사무소에서는 BIM 업무가 50%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BIM 설계 프로세스로의 전환이 쉽지 않고 BIM 업무를 전문업체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 속에서 다수의 건축사사무소들은 가뜩이나 어려운 건축 경기에 보상 없는 노력만 해오다 많은 장애 요인에 지쳐 있는 형편이다.
Fig. 1 세계 BIM 소프트웨어 종류별 점유율(Khemlani, 2007)
Fig. 2 구글 트렌드 분석 그래프
Fig. 3 국내 BIM 소프트웨어의 판매 실적 추이와 2010년 판매 실적(단위: 만 원)
정책적 도입, 적절했나?
정책적으로 BIM 도입을 가장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곳은 조달청이다. 조영섭(조달청 시설기획과 시설사무관)은 “설계-시공 사이의 오차를 줄여 설계품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것이 주요한 이유”라며 “이 단계가 안착되면 단계적으로 건축 전체 주기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까지는 설계-시공-유지보수-폐기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 BIM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추가적인 설계도서 중 하나로 취급되고 있다. 그 결과 단순히 추가 사항이 늘었다고만 생각하고 정책적인 변화나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것이 설계사무실에서 주장하는 문제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현실화된 문제점들을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제일 먼저, 허가 과정 개선을 위해서 국토부에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움터에 3D 자료를 업로드 할 수 있는 연구는 공공 발주의 인허가뿐만이 아니라 유지관리 단계까지 BIM 기반의 데이터를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CAD도면조차, 세움터에 올림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프린트를 해 허가 담당자를 찾아야 하는 관습에 머물러 있다. 이미 익숙해져 버린 관습상의 문제는 자발적으로 개선하기는 힘들어 보이며 정부 차원의 교육이나 지침이 필수적이다. 그렇게 3차원 검토가 가능해지면 각종 인허가 사항을 보다 쉽고 빠르게 확인할 수 있고 이러한 장점이 드러나면 3D 패러다임이 건축산업에 안착될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문제인 설계비 기준은 정책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현재는 건축 경기가 좋지 않아 기본 설계비 자체도 별도의 기준 없이 바닥을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보상 없이 추가적인 업무만을 요구하는 것이 건축시장에 악영향만 미치고 있다. 조영섭은 “공공 발주사업에 대한 대가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토해양부 고시 제2011-750호를 살펴보면 설계업무 대가의 산정시 실비정액가산식에 따라 산정하는 항목에 BIM 설계업무가 포함되어 있다”며 “그렇다면 어떤 설계사무실에서 정확한 실비를 책정해 입찰하겠냐”고 허점을 꼬집었다. 그리고 “BIM 도입으로 인한 설계비 증가분이 포함된 대가를 책정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BIM 업무에 사용되는 컴퓨터 시스템 및 소프트웨어에 대한 경비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대한건축학회가 ‘건축설계 대가산정 기준연구(2011)’ 용역을 진행한 적도 있지만 뚜렷한 결과물이 도출되지 않아 여전히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한 기준은 한국소프트웨어 산업협회의 ‘SW사업 대가산정 가이드’를 참고할 수 있다. 세 번째 문제인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BIM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아직까지 정부 관련자와 건축사사무소 직원들은 BIM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즉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사무소 직원들조차 “BIM은 Revit인가요?”, “3D 형상 모델링 프로그램인가요?”라고 물어본다고 하니 그 이해도조차 따져 묻기 민망한 수준이다. 하지만 김인한(경희대학교 교수)은 “BIM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기술이라기보다는 프로세스 개념이 포함된 것”(BIM의 개념과 역사, 「건축」, 2010. 01.)이라고 말한다. 건축 BIM은 단순히 Revit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별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설계부터 환경분석, 기계・전기, 시공, 유지보수, 폐기에 이르는 건축물 전 생애주기 정보가 축적되는 프로세스다. AIA는 기존의 2차원 설계와는 다른 업무 진행 절차가 필요하다며 IPD(Integrated Project Delivery, 통합프로젝트 발주)방식을 제시했다(‘IPD: A GUIDE’, 2007). 기획 단계부터 발주자, 건축가, 시공자, 컨설턴트가 참여하는 등 건축 협업자의 참여 시점이 앞당겨져야 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국내에도 국내 설계 프로세스에 알맞은 시스템이 정책 차원에서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건축계 내부의 움직임
「SPACE(공간)」 278호(1990년 10월호)에는 ‘건축 CAD와 현 단계 한국건축의 수용 정도를 통해본 반성’이라는 글이 실렸다. CAD도 마찬가지로 도입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었고 그 효율성에 대한 회의도 있었다. ‘겉보기에 치중하여 기초와 내실을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 ‘설계과정의 표준화와 자료의 데이터베이스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약 10년이 지난 오늘날 CAD가 이렇게 보편화되리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새로운 도구는 새로운 개념을 낳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실제로 건축계를 이끌어 나갈 건축인들의 인식 변화와 개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다시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에 직면한 국내 건축계는 어떻게 대응 중인가. 2008년 4월에 한국빌딩스마트협회, 2010년 11월 한국BIM학회가 창립됐다. 이들은 각각 BIM 보급과 적용을 위해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도입 이후 나타난 인허가 과정과 설계비와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조달청과 국토부에서 용역을 받아 진행 중이다. 그만큼 현 시점에서 두 단체의 역할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각 단체는 앞다투어 「theBIM」과 「JBIM」, 「KIBIM」이라는 잡지를 출간 중이고, 그 외에도 기술자격시험과 공모전,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어 BIM을 접할 기회도 많아졌다. 하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빌딩스마트협회는 건축사사무소에게 등록비를 받고 실적을 인정해주고 있다. 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각 연도, 그리고 누적된 적용실적을 발표하기 때문에 건축사사무소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제도를 따를 수밖에 없다. 결국 업무를 끝낸 후에도 추가적으로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한 건축사사무소의 노력도 눈에 띈다. 대부분의 대규모 건축사사무실에서는 BIM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사내 어워드를 개최해 직원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희림컨소시엄의 경우 지난 8월 5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2013 BIM 국제경기’에 참가해 전문분야 협력부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삼우컨소시엄과 같은 업체가 참여했다. 이런 활동은 국내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각 회사의 기술력을 광고하기 위한 노력이다. 또한 각 회사는 BIM 작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인프라도 구축 중이다. BIM은 CAD에 비해 쉽게 붙여 쓸 수 있는 탬플릿이 부족하여 설계 효율성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아크 건축사사무소(이하 아이아크)는 공공 발주 BIM 프로젝트뿐만이 아니라 민간 발주 프로젝트에도 주체적으로 BIM을 활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건축사사무소의 노력을 통해 전 직원이 CAD를 사용하듯이 BIM을 사용하는 날이 올지, 어떤 사무소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아직까지 건축에 참여하는 협업사의 변화는 미진해 보인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아직도 CAD 도면을 바탕으로 시공하고 그 도면조차 그대로 시공하지 않는 업체가 많다”고 입을 모아 말하기 때문에 BIM 프로세스가 건설과정 전반에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즉 관습과 문화의 문제인 것이다. 이에 BIM이 제대로 건축공정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공하는 BIM 모델과 설계도면을 믿고 따르는 문화가 생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건축사사무소에서도 다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모델링을 넘어 설계 정보가 충분한 3차원 파일을 제작해야 한다. 김석천(아이아크)은 “시공 당시에는 여전히 2D 도면으로 작업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BIM 데이터를 시공까지 연계해 사용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3D 모델링을 보여주고 설비의 정확한 위치를 잡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시공 현장에서도 BIM 데이터의 효용성과 정확성을 인지하게 될 것”이라며 그 가능성을 내다봤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정확한 파일을 제작하고 시공사에서는 도면의 정확성을 믿고 시공하는 것을 통해 빈번한 설계 변경과 시공 오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BIM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건축 전 과정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이다.
BIM의 미래
BIM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다. 미국(2006년)을 시작으로 영국, 덴마크, 핀란드 등의 유럽(2007년) 그리고 싱가포르, 중국(2014년)까지 공공 발주 프로젝트의 BIM 도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세라면 국내 공공 발주 프로젝트 실행뿐만이 아니라 진출 가능한 해외 프로젝트 확대에 BIM이 훌륭한 조력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비정형 건축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3차원 디자인과 그에 따르는 정확한 도면 도출, 시공을 위해서는 효율적인 사용이 필수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시행착오와 문제점들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에서 어반 에이전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 중인 박희찬과 헤닝 스튜벤은 “BIM 설계에 대한 필요성을 덴마크 정부가 공감하고 있고 그를 위한 제도화가 진행 중”이라며 ”BIPS라는 기관에서 2006년부터 파일명, 용어, 모델링 방법 등과 같은 BIM 사용 기준을 통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입된 예산과 기간에 비해 그리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이라며 ”현재 BIM이 건축시장 전반에 정착되었다고는 보기 힘들며 제도화를 위한 초기 단계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우리보다 BIM 도입을 앞서 진행한 나라의 현실을 짚어보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저 한순간 지나가는 유행으로 바라보기에는 너무나 큰 변화를 수반하고 있는 BIM. 계속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건축 디자인과 진보하고 있는 기술, 그리고 가상세계를 이용하는 산업 프로세스 속에서 건축 프로세스도 변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를 그저 따라간다기보다는 국내 현실에 알맞은 적용 방법을 시도하고 가장 효율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할 것이다. 준비 없는 변화에 뒤따라온 문제점들이 개선되어 건축산업에 BIM이 안정적으로 안착되는 날을 그려본다.
Courtesy of Urban Agency
사진은 어반 에이전시(박희찬, 헤닝 스튜벤)가 BIM으로 디자인 한 코펜하겐 항구 변 카베보드 웨이브 / 덴마크는 BIM의 사용 범위를 넓혀왔고, 공공건물에 대한 정보통신기술법을 제정해 BIM사용을 의무시 하고 있다. |